"국민타자" 이승엽, 두산감독직 자진 사퇴...명장이 되진 못했다.

‘국민타자’도 ‘국민감독’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49)이 3년 계약의 마지막 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두산은 “이 감독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2일 밝혔다. 두산은 이날 현재 23승 32패 3무(승률 0.418)로 10개 팀 중 9위로 처져 있다.
2003년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우는 등 통산 467홈런 기록을 남기며 ‘국민타자’로 불린 이 감독은 2017년 삼성에서 현역 은퇴한 뒤 2022년 10월 두산의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코치 경험도 없는 초보 감독이었지만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부임 첫해부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 감독은 2022년 9위였던 팀을 2023년 정규시즌 5위(74승 68패 2무)로 올려놓으며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전임 김태형 감독(현 롯데 감독) 시절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높아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그해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이 감독이 마이크를 잡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흘러나왔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패해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한 계단 높은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KT에 1, 2차전을 내리 내주며 사상 첫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분노한 두산 팬들은 경기 후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경질을 요구했다.
이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도 두산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선 굵은 야구를 지향한 전임 김 감독과 달리 이 감독은 희생번트 작전과 잦은 투수 교체 등 스몰 볼을 추구해 연일 도마에 올랐다. 빈번한 투수 교체는 일본식 오마카세(맡김 차림)에 빗대어 ‘투마카세’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를 찾은 박정원 두산 구단주는 “4,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 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절치부심한 이 감독 역시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팀은 초반부터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개막 3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두산은 4월 중순 한때 4위까지 도약했지만 이후 줄곧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KT에 이적한 3루수 허경민(35)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고, 토종 에이스 곽빈(26), 필승조 홍건희(33) 등의 부상 공백도 컸다. 두산은 5월 17일 이후 줄곧 9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10연패 중이던 최하위 키움에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2연패를 당한 게 결정타가 됐다. 두 경기 내내 두산은 단 1점도 얻지 못한 채 두 경기 모두 0-1로 패했다. 1일 키움전을 앞두고 “6월에는 새 마음으로 반등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이 감독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3년 임기 안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겠다”던 포부도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이 감독은 세 시즌 통산 171승 168패 7무(승률 0.504)의 기록을 남긴 채 두산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이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3일 KIA전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49)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두산이 감독대행 체제가 된 건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현 한화 감독)의 자리를 이어받은 김광수 대행(현 롯데 코치) 이후 14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