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현역부터 지도자까지 KBO리그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한 김경문 한화 감독조차 깜짝 놀랐다. 팀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의 대기록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폰세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경기에 선발로 나가 8이닝 동안 무려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KBO리그 역대 기록을 다시 썼다. 정규이닝(9이닝) 기준으로 한 경기에서 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폰세가 처음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0년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현재 폰세의 팀 동료인 류현진이 기록했던 17탈삼진이었다. 류현진은 당시 9이닝 동안 124개의 공을 던지며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실점 완투승을 거두는 역사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 기록은 다시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됐다. 17개의 삼진을 잡으려면 최소 51개의 공을 던져야 하는데, 선발 투수의 투구 수가 100개 남짓으로 정리되는 최근 야구 트렌드에서는 완봉승은 몰라도 18탈삼진은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2015년 이후 18탈삼진 이상 경기는 딱 두 번만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폰세는 이날 8이닝 동안 시종일관 위력적인 구위와 완벽한 커맨드를 뽐내면서 SSG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실투가 거의 없었고, 보더라인에 걸치는 힘 있는 패스트볼은 안 치면 스트라이크였다. SSG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워낙 힘이 있다 보니 헛스윙이 쏟아졌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투구 수를 아낀 끝에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깨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눈 앞에서 그 기록이 깨졌다"고 놀라워했다. 더그아웃에서 기록 보유자인 류현진이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는 측면에서도 화제성이 컸다.

폰세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손꼽힌다. 구위면 구위, 제구면 제구, 이닝소화면 이닝소화까지 모두가 뛰어나다. 폰세는 시즌 10경기에서 67이닝을 던지며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 93탈삼진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70에 불과하고, 볼넷이 많은 것도 아니라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또한 0.85에 불과하다. 거의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도 8번이나 된다.

그런 폰세는 KBO리그의 탈삼진 역사를 싹 다 바꾸러 가고 있다. 일단 류현진이 가지고 있던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경신했다. 올해 벌써 네 번이나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벌써 세 자릿수 탈삼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빼어난 성적도 성적이지만, 가히 탈삼진 페이스는 역대급이라고 할 만하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2021년 기록했던 225개다. 미란다는 당시 28경기 173⅔이닝에서 이 기록을 세웠다. 당시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1.66개로 가공할 만했다. 그런데 폰세의 올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무려 12.49개에 이른다. 당시 미란다보다 더 좋다. 그리고 이닝 소화력도 미란다 못지않다. 건강하게만 뛴다면 미란다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역사상 가장 높은 9이닝당 탈삼진 개수를 기록한 선수는 한화의 또 다른 레전드인 구대성으로 1996년 11.85개를 기록했다. 폰세는 현재 그 기록을 넘고 있다.

21세기 들어 두 번째 1점대 평균자책점도 조준한다. 이 기록 또한 류현진만 가지고 있다. 류현진은 2010년 25경기에서 1.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23년 에릭 페디(당시 NC·현 세인트루이스)가 마지막 경기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조준했으나 최종적으로는 2.00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폰세가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